[더깊은뉴스]건보료 1천 억 빼돌린 사무장 병원

2018-10-29 35



우리가 내는 건강보험료가 요양병원에서 줄줄 새고 있습니다.

조작된 서류로 의료법인을 만들어 건보료를 과다 청구하고, 일가친척을 위장취업시켜 월급까지 탔습니다.

부산경찰청은 오늘 1000억원이 넘는 요양급여를 빼돌린 의료법인 대표 등 쉰 네명을 입건했습니다.

전혜정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부산광역시]
270 병상 규모의 한 요양병원.

병원 이사장인 이모 씨는 이 병원 안에 있는 교회의 목회자이기도 합니다.

[이모 씨 / K의료법인 이사장]
"요양병원을 하게 된 동기는 저의 아버지 죽음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말 구원의 사명이 있었다는 사실."

의료자격증이 없지만 의료법인을 만들어 세 개의 병원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씨를 포함한 이 병원의 임직원 23명은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의료법 위반과 사기, 횡령 등의 혐의입니다.

[전직 병원 직원]
"(법인 이사회가) 하나의 형식에 치우치지 않았느냐. 이사 구성도 목사 한 분, 아는 지인 한 분, 직원 한 분, 집안 친척 한 분…"

사유화된 이사회는 거수기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이태원 / 부산지방경찰청 의료범죄수사팀장]
"1년간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확인했다고.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개최되었고, 이사회 회의록이 위조됐습니다."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시작한 병원은 설립과정부터가 석연치 않습니다.

[전직 병원 직원]
"당시 법으로 조합원이 300명이 돼야 하는데, 모으기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엉터리로 모아 구성해 처음에 만들었을 것이고. "

경찰 조사로 주민등록번호 조작 사실이 드러났지만, 설립 당시에는 무사통과였습니다.

이 병원이 부정수급한 것으로 파악된 건보료는 천억 원이 넘습니다.

[이태원 / 부산지방경찰청 의료범죄수사팀장]
"(본인부담액 상한제를 이용해) 환자들에게 받는 입원비는 150만원이 안 되는데도 건강보험공단에는 150만 원 이상을 청구함으로서 초과액을 편취한 게 있습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이사장 자택을 찾았지만 병원 직원들이 가로막습니다.

[병원 직원]
"이건 누가 취재를 하라고 부탁한 거예요? (이거 제가 취재하는 거예요.) 취재요? 무슨 권리로 취재를 하는데요."

거친 실랑이 끝에 면담에 응한 직원들, 경찰 수사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친족들이 이권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납니다.

이사장 동생 부부가 운영하는 병원 편의점.

그런데 실소유자는 이사장의 아들입니다.

이처럼 이사장 친인척이 법인 경영에 참여하면서 고액의 월급을 챙긴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병원 직원]
"(법무팀장인 이사장 아들이 전공이 법이 아니시던데?) 법무팀장이라고 법을 한다든지, 꼭 법을 전공했던 사람이 해야 한다는 법은 없거든요. (너무 뜬금없잖아요. 음악 하셨잖아요.)
와서 근무하긴 했어요. (어떤 일 하셨어요?)
병원 다니면서 모아놓고 노래도 하고 콘서트도 하고. "

어렵사리 이사장의 부인과 통화했지만 관련 혐의를 부인합니다.

[김모 씨 / 이사장 부인]
(이사장님 저희가 만나고 싶은데요, 이사장님과 사모님이 입건이 된 상황에서.)
입건은 무슨 입건. 아무리 기자이지만 그런 말을 씁니까."

[전혜정 기자]
"지금 보신 이 병원처럼 사무장병원으로 수사를 받은 곳은 지난해만해도 전국에 200곳이 넘습니다. 병원에 투입됐던 건강보험료만 5600억 원에 이르는데요. 하지만 다시 국고로 환수 조치된 금액은 고작 4%에 불과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실제 나중에 환수하려고 하다보면 금액이 워낙 크다보니까 돈이 없는 거죠, (적발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

사무장 병원을 폐업한 뒤 재개업하는 방식으로 강제집행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한 해 평균 약 110만 원.

강력한 복지정책의 추진 이전에 혈세 누수를 차단할 특단의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hye@donga.com
연출 : 천종석
구성 : 지한결 변아영
그래픽 : 전유근